바늘로 찌르는 대신 먹을 수 있는 비만약이 개발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하루 한 번 먹는 알약 형태의 비만약을 개발해 임상 3상에 성공했다. 복용 기간은 68주로, 이후 몸무게를 재니 105㎏ 체중에서 16㎏이 빠졌다.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당뇨약의 임상 시험에서도 다이어트 효과가 확인됐다. 1일 2회 복용하면 네 달간의 복용으로 몸무게가 약 4㎏ 줄었다. 이들 먹는 비만약은 기존 주사제 형태의 약물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22일 경구용 비만약 3상(임상명: OASIS 1)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시험은 667명 과체중·비만 환자에게 세마글루타이드 50㎎ 혹은 플라세보(위약)를 하루 한 번 먹이는 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 평균 체중은 105.4㎏이었다.
임상 결과, 68주차 시점에서 세마글루타이드 투약군은 15.1%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105.4㎏ 체중에서 16㎏이 빠진 것이다. 반면 플라세보 투약군은 체중 감소 효과가 2.4%에 불과했다. 또한 투약군 환자의 84.9%가 체중이 최소 5%(5.27㎏) 이상 줄었다. 반면 플라세보를 투약한 환자에서 이 수치는 25.8%에 불과했다.
약을 꼬박꼬박 잘 챙겨 먹었다면 효과는 더 컸다. 노보노디스크는 환자가 투약 용법을 잘 지켰다면 체중 감소 효과는 17.4%로 커진다고 설명했다. 체중이 5% 이상 줄어든 환자의 비율도 89.2%로 늘어난다. 구체적인 내약성은 향후 학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세마글루타이드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수용체 계열의 치료제다. '위고비'(Wegovy)라는 이름의 비만 치료제 성분이다. 위고비는 복부 등에 바늘을 찌르는 주사제다. '살 빠지는 약'으로 유명한 삭센다의 후속 제품이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에 위고비를 맞고 체중이 30파운드(13.6㎏) 빠졌다고 언급해 화제가 됐다. 위고비는 미국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품귀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번 OASIS 1 임상은 주사제 형태의 위고비를 먹는 알약으로도 만들 수 있는지 시험한 것이다.
주사제인 위고비는 지난달 27일 국내에서 정식으로 허가받았다. 해외에서 공급 지연 이슈가 있기에 당분간 출시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화이자는 더 빠르게 살을 빼는 약을 개발 중이다. 정확히는 다누글리프론(danuglipron)이라는 알약 형태의 당뇨 치료제다. 당뇨 약이지만 뛰어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이 역시 GLP-1 수용체 계열의 약이다.
제2형 당뇨를 앓는 411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결과, 다누글리프론 120㎎ 투약 환자는 16주차에서 체중이 4.17㎏ 감소했다. 1일 2회 약을 먹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구역질과 설사였다.
다누글리프론의 장점은 빠른 효과다.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가 68주 차에서 16㎏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는데 다누글리프론은 16주 차에서 4.17㎏이 빠졌다.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같은 기간을 두고 시험했다면 다누글리프론의 체중 감소 수치가 더 컸을 수 있다.
경구용 비만약이 상용화되면 환자 선택권이 넓어진다. 주사제는 바늘을 직접 몸에 찔러야 했기에 환자 불편감이 컸다. 먹는 비만약이 기존 주사제를 일부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치료제 모두 일라이릴리의 주사제 '티제파타이드'(Tirzepatide)가 보인 최대 24㎏ 체중 감량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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